카테고리 없음

1.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Young_A 2020. 5. 18. 14:28

친구 한 명이 갑작스러운 이사를 했다.

수납 공간이 넉넉한 큰 방에서 작은 방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그 많은 짐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아직도 버릴게 많다며 고민하고 있다.

COVID-19 때문에 급하게 귀국하는 사람들이 귀국 짐을 한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것도 보고,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꽤 많아서 그들이 버리는 짐들 중 쓸만한 것을 주워 오기도 했다.

 

재작년 한국을 뜰 생각에 '버리기'에 집중했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거주 했던 제주도의 빨간 벽돌 집은 서울에 상경해서 생활하다가 쓰지 않아서 내려 보낸 짐들과 언젠가 쓸모 있기를 바라거나 추억을 곱씹기 위해서 보관 된 짐들, 그리고 버릴 생각이 없어서 방치 된 물건들과 섞여서 뒤죽박죽 어지러웠다. 4남매의 짐들은 누구 소유인지 몰라 버려도 되는 건지 버리면 안되는 건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빨간 벽돌 집은 꽤 크고 자식들이 독립 하면서 빈 방도 몇 개 생겼지만 그 공간들은 그들이 두고 간 짐들 때문에 창고로 전락한 상태였다.

 

나는 그 때 뉴질랜드 워홀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한국에 귀국하느라 귀국 짐을 싸면서 '버리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워홀 생활을 하면서 여러 집을 전전하다가 돌아온 집은 안락하기 보다는 짐들에게 점령 당한 곳 같았다. 캐나다에 오면 적어도 5년은 캐나다에서 주로 거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내 짐들은 정리해야 후에 가족들이 정리하기로 다짐했을 때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 때 운영하던 블로그에도 미니멀리즘 지향 '버리기' 글을 쓰면서 캐나다에 가져오지 않을 짐들을 전부 갖다 버렸다. 어찌나 많던지 SUV 트렁크를 가득 채워서 버리기를 두어번 반복 해야 했었다.

 

버리지 않고 캐나다까지 들고 온 짐은 이민 가방 1 개, 28 인치 캐리어, 20 인치 캐리어, 백 팩과 작은 쇼핑 백. 이 후 두 번 정도 패딩과 후드, 내복 등의 겨울 의류를 EMS로 받기도 했다.

가져온 물건들 말고도 여기 와서 새로 산 물건들도 많다. 한인 룸렌트를 하면 보통은 기본 주방 용품들이 제공 되지만 너무 낡거나 스크래치가 너무 심해서 개인 용 커다란 웍을 하나, 그리고 세일로 구매 한 후라이팬 두 개. 푸드 컨테이너들, 조미료들, 랩, 지퍼락 등등 주방 캐비넷에 가득 찬 물건들은 대부분 캐나다에 와서 새로 산 것들이다. 빨래 바구니, 유틸리티 트롤리, 책상 스탠드, 파일 정리함, 거기에 기초 위생 용품들인 비누, 샴푸, 로션, 운동하겠다고 산 요가 매트, 폼 롤러 등등 모두 캐나다에 와서 샀다. 참, 지금 이 글을 작성 하고 있는 노트북도 아마존에서 부른 거다. 이 외에도 귀국하는 친구들이 준 물건들까지.

갑자기 이사를 해야 한다면 혹은 귀국을 해야한다면 저 많은 짐들을 포장 할 방법이 있을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은 매우 작은 편이고, 옷장이나 서랍장 등의 수납 공간이 부족해서 옷장 위, 서랍 위에도 물건들을 쌓아 두었고, 그 것도 모잘라 방 한 구석에는 COVID 패닉으로 사 둔 인스턴트 식료품들이 쌓여 있다. 이 물건 들이 꼴보기 싫어서 스토리지 박스를 사서 정리 할 생각인데 캐나다는 내 마음에 드는 깔끔한 스토리지 박스를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싸서 이 걸 사서 정리하면 이게 무슨 공간, 시간, 그리고 돈 낭비인가 싶다.

 

갑자기 귀국하거나 이사하게 된 친구가 짐은 미리미리 줄여야 한다. 고 하니 재 작년에 블로그에 작성 하던 '버리기' 컨텐츠가 다시 생각 났다.

매 주 중고로 팔거나 필요한 친구에게 주거나 버리는 물건을 뽑아 보려고 한다. 캐나다 생활도 1 년을 훌쩍 넘겼으니 캐나다에 와서 한 번도 사용 하지 않은 것들 위주로 버리면 첫 반 년 정도는 쉼 없이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물건을 비우는 것 뿐만 아니라 사는 것도 조절 하려고 한다. 소량 구매하는 것보다 벌크로 구매하는 것이 싸기 때문에 다량 사둔 것들이 꽤 있다. 나는 물건을 미리 쌓아두지 않으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껴서 무엇을 살때 필요 이상 구매하는 편이다. 결국엔 다 쓰긴 하지만 쓰는 동안 쌓아둬야할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아서 스트레스 받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 줄이려고 한다. 되도록 벌크로 구매하는 것은 친구와 나눠서, 벌크가 아니어도 미리 쌓아두는 제품들은 그때그때 사거나 수량을 줄이려고 한다.

 

미니멀리즘 지향 '비우기'를 생활화해서 불안정한 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받는 것이 목표다.